미국이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하고 4일째 이란을 공습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14일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내일 밤 그들을 매우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다. 그 다음 날 밤에도 아주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며, 다음 주에는 그들에게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발전소가 공격받을 것이고, 그 다음 주에는 다리가 공격받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들의 모든 발전소를 무력화시킬 것이다. 그들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 협상하지 않는 한, 우리는 그들의 모든 교량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민간 인프라를 고의로 파괴하는 행위는 국제법상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 지난 4월 트럼프는 이란을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겠다”며 폭격위협을 했다. 6월에는 미국이 “군사적으로 끝장을 내야 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문명을 파괴하겠다는 트럼프의 집단학살적 위협과 그의 거듭된 공격은 전쟁 위기가 심화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트럼프는 이란 정부 전복부터 호르무즈 해협 장악에 이르기까지, 이 전쟁의 목표 중 그 어떤 것도 달성하지 못했다.
위기의 심각성이 드러난 것은 트럼프가 7월14일, 불과 하루 전에 선언했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20% 부과 조치를 철회하면서이다. 전날에 그는 미국을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선언하며,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화물에 대해 “20%의 통행료를 배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지난 14일, 그는 “중동 지도자들과의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언급하며 “미국이 부과하는 20%의 배상금을 걸프 국가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무역 및 투자 계약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재개된 봉쇄 조치는 미군이 이란 남부 전역에 걸쳐 새로운 공습을 시작한 지 1시간 뒤인 동부 표준시 오후 4시에 발효되었다.
평소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해협의 선박 통행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해상 데이터 업체 케플러(Kpler)에 따르면 7월13일 통과 선박은 10척에 불과한 반면, 전쟁 발발 전에는 하루 130척 이상이 통과했었다.
미군 당국은 지난14일 오후 3시에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과 언론사들은 이란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한 부셰르 시와 아바단 정유소, 마흐샤르, 케슘 및 키시 섬, 시릭, 반다르 압바스 등을 대상으로 공습이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미군 자체 집계에 따르면, 7월 11일부터 3일 밤 동안 미군 전투기와 함정은 이미 300곳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다.
이란은 해협을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폐쇄한다”고 선언하고 미사일을 동원해 폐쇄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화요일 14일 새벽, 이란의 순항미사일이 오만 해역에서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 회사의 유조선 두 척인 ‘몸바사호’와 ‘알 바히야호’를 타격해, 인도인 선원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했다고 UAE 국방부가 밝혔다.
이란은 14일 걸프만 전역에 걸쳐 미군이 주둔한 기지들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며 보복 공격을 가했다. 쿠웨이트군은 탄도 미사일 1발, 순항 미사일 5발, 드론 33대를 요격했으며, 해군 병사 4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요르단은 미사일 4발을 격추했다고 전했다. 바레인 전역에서는 공습 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폭격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이란 국영 매체는 14일 늦게 남부 해안 일대에서 미국의 새로운 공습이 있었다고 보도했으며, 호르모즈간 주 한 마을에서 “미국의 발사체”로 인해 민간인 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테헤란은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14일 이란 국영 매체를 통해 “미국이 군사 공격과 봉쇄를 통해 우리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라고 말했다.
알자지라(Al Jazeera) 보도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13일 밤 4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열린 공개 회의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이란의 허가와 수수료 납부를 의무화하고, 미국 및 이스라엘 선박의 통행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14일, 약 180명의 의원들이 워싱턴과의 합의가 무효라고 선언했다. “더 이상 양해각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의회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 에브라힘 레자이가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시적인 중단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백악관은 6월의 “휴전”으로 이전의 적대 행위가 종료되었으며, 7월 10일 의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전쟁권한법’에 따른 60일 기한이 다시 시작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요 전쟁 우호 언론의 반응은 트럼프 행정부를 휩싸고 있는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국가안보 담당 기자 마이클 고든은 14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전투’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말,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고 탄도 미사일과 발사대를 무력화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동참하며 모험을 감행했을 때,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분쟁을 예상하지는 않았다”고 썼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중동 주둔 미군을 지휘했던 조셉 보텔 전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작전이 장기화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한 미국 협상가의 “평화는 2주, 2개월, 혹은 2년 안에 올 것”이라는 전망을 인용하며 수년에 걸친 전쟁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딕 체니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고 현재 미국 유대인 국가안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존 해나는 14일 뉴욕타임스 에 게재된 분석 글에서 “돌이켜보면, 이 전쟁은 치명적으로 잘못된 가정에 기반한 전쟁이었다”며, “그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이란 혁명 정권이 미국의 공습과 호전적인 소셜 미디어 게시물 세례에 무너질 허술한 카드탑과 같다는 대통령의 확신이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사설 편집위원회는 14일 논평에서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동맹국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적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시작한 전쟁의 어리석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초한 위기는, 이란에게 과거에는 결코 폐쇄한 적이 없는 해협에서 새로운 협상력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12일에 완료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79%는 미국의 이란 개입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재개된 공습에 찬성하는 비율은 37%에 그쳤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을 확립하려면 대규모 군사적 확전이 필요할 것이다. 군사 분석가들은 14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협을 장악하려면 지상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 국방부 관료 출신이자 중동연구소의 제이슨 캠벨은 '지상군 투입 없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만족스럽게 확보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기 매우 어렵다'며, 그러한 작전에는 수만 명의 병력과 수개월의 준비 기간, 그리고 '막대한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작전에 투입될 병력은 이미 배치되어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호와 ‘조지 H.W. 부시’호 항공모함 전단, 수천 명의 해병대가 탑승한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호와 ‘복서’호를 비롯해 총 20척 이상의 군함이 해당 해역에 배치되어 있으며, 중동 지역에는 5만 명 이상의 미군이 주둔 중이다. 미군 자체 발표에 따르면 이는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중동에 배치된 최대 규모의 병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