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 중국을 상대로 한 전쟁 준비를 강화함에 따라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막대한 규모의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OPCON)을 행사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은 한국전쟁(1950–53)에서 비롯된 것이다.
10월 14일, 주한미군 사령관 제이비어 브런슨 장군은 자신이 “지역 내 변화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오랫동안 계획되어 온 한국군의 전시 작전통제권(OPCON)을 워싱턴에서 서울로 이양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골드 국제전략연구소(Gold Institute for International Strategy)가 주최한 제2회 연례 인도-태평양 정상회의에서 연설한 브런슨은 “우리 중 누구도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이 변했고, 우리가 계획을 수정했기 때문에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브런슨 장군은 전날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주최 행사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하며 한국이 충분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보다 일주일 전,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장군은 또 다른 CSIS 행사에서 '이번 이(전시작전권 이양)를 서두르고 일정을 정하는 데에는 많은 위험이 따르지만, 그 위험성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된 상황이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격화되고 있는 미국과 나토(NATO)의 전쟁, 그리고 이란에 대한 미국의 침략 전쟁으로 인해 확대되고 있는 중동 전쟁 등, 이미 진행 중인 세계 전쟁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미 중국에 대해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과의 충돌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참여는 미 국방부의 계산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제국주의는 유엔 위임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 국제적 군사 개입을 주도했다. 미국이 서울에 내세운 독재자 이승만은 한국군의 지휘권을 명목상으로는 유엔군에,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미국에 신속히 넘겼다. 1953년에 정전협정이 체결되었으나 전쟁은 공식적으로 끝난 적이 없었으며, 그 결과 미국은 40년 넘게 한국군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유지했다. 워싱턴은 1994년이 되어서야 평시작전통제권을 서울에 반환했다.
2006년, 미국은 2012년까지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에 반환하기로 처음 합의했으나, 이 시한은 거듭 연기되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은 2030년 임기 말까지 전시작전통제권을 되찾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정부가 브런슨의 발언에 대해 워싱턴 측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다른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서울이 작전통제권 반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미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 익명의 전직 국가안보 고위 관계자는《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애초 한·미가 2015년 합의한 조건대로라면 조건 충족이 끝났다”고 말했다. “미국이 계속 조건을 추가하고 있어 이를 두고 ‘골대를 옮긴다’는 불만이 예전부터 국방부 내부에 있었다”고 말했다.
군사 통제권을 되찾겠다는 서울의 결의는 워싱턴의 전쟁 계획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역대 정부를 거치며 서울은 워싱턴의 전쟁 추진을 지지해 왔으며, 이재명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서울은 동아시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더 큰 발언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2023년 4월 우파 성향의 윤석열 대통령 재임 기간에 서울과 워싱턴이 설립하기로 합의한 양자 핵협의그룹(NCG)에 속해 있다. 이 기구는 한국에 배치된 핵무기 사용에 대해 서울 측에 발언권을 부여한다.
이재명 정부 하에서 서울은 워싱턴의 요구에 따라 국방비를 GDP의 3.5%로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핵추진 잠수함 도입 준비도 진행 중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월 “우리가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게 아니고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측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밝혔다. “미군의 부담도 상당히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월, 이 대통령은 작전통제권 이양이 한국에 더 큰 군사적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한국과 한국군이 전쟁에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워싱턴을 안심시키려 했다. “견고한 한미동맹, 자주적인 국방 역량 강화는 서로 필요충분조건이다… 동맹이 굳건해야 안보의 근간이 더 튼튼해질 것이고, 또 우리 자신의 힘을 키워야 동맹으로서 가치와 필요성도 더 커지게 된다”고 밝혔다.
동시에 정부는 오랫동안 전쟁에 반대해 온 노동자계급의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 극우 세력이 주도하는 지속적인 반중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군사 행동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는 없으며, 뚜렷한 반중 정서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선호해 왔으며, 중국을 적대시할 경우 경제적 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이달 초 상하이에서 반도체, 배터리, 석유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사가 “지난 35년간 중국 내 가장 큰 외국 투자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작전통제권(OPCON) 문제를 주권 문제로 규정하며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0월 19일 “우리는 자주적 독립국가이며, 국가로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 전작권을 돌려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통적인 동맹국인 유럽 및 캐나다와의 분쟁이 불거지면서 미국의 신뢰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만큼, 의심할 여지 없이 다른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주요 합동 군사 훈련인 ‘을지 프리덤 실드(Ulchi Freedom Shield)’ 훈련 규모를 막판에 일방적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임기 내 환수를 당초 정부의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은 중국과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미국 중간선거 이후 중동 분쟁을 격화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한국군에 대한 통제권을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이란 제압을 돕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는 데 서울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과, 3,500억 달러 규모의 무역 협정 패키지에서 합의된 투자 이행에 주저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에 대해 크게 불만을 품고 있다.
워싱턴은 을지 프리덤 실드 훈련 기간을 단축한 것 외에도,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직후인 3월에 이재명 정부가 기밀 정보를 유출했다는 근거 없는 이유로 북한 관련 정보 공유를 축소했다.
궁극적으로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은 전쟁이나 트럼프의 전반적인 정책에 반대하지 않으며, 동아시아로의 전쟁 확산을 막지 않을 워싱턴과의 타협안을 모색할 것이다.
